어린이집 아이 맡기려던 30대女 ......
서울시가 올해부터 중점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힌 시간제 보육 서비스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홍보와 달리 실제로는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린이집을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시간제 보육이란 인근 어린이집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최대 4시간 동안 아이를 맡아주는 제도다. 짧은 시간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찮은 부모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가 현실에선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전업주부 김모(34·서울 중구)씨는 “얼마 전 시간제 보육을 신청하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큰딸(9) 학교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둘째 딸(3)을 맡길 곳을 찾다 서울시의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떠올렸다고 한다. 서울시 보육포털(iseoul.seoul.go.kr)에 들어가 소개된 어린이집에 전화를 했다. 좋은 서비스를 받을 거란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었다. 전화를 건 어린이집마다 “시간제 보육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화가 난 김씨는 서울시에 항의 전화를 했다. 하지만 “해당 구청에 문의해 보라”는 답만 들었다. 김씨는 “서울시가 그렇게 많이 언론 홍보를 하고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기까지 했는데 실제 서비스를 하는지 여부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이날 큰딸 학교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중앙일보가 25~26일 서울시 보육포털서비스가 소개한 어린이집 62곳에 일일이 전화를 했다. “급한 일이 생겨 아이를 맡기고 싶다”고 하자 “가능하다”고 답한 어린이집은 6곳에 불과했다. 19곳은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아예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웃돈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한 어린이집은 “원래 우리 어린이집에 등록한 아이라면 시간당 3000원을 받는다”며 “그렇지 않다면 5000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 관계자는 “신청자도 적고 시에서 주는 지원금(시간당 6800원)이 적어 운영에 별 도움이 안 된다”며 “교사의 피로도를 생각하면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어 구청에도 그렇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많은 주부들은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모가 짧은 시간 아이를 맡길 때는 미리 예정된 이벤트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급한 일이 생겼기 때문인데 이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 운영방침을 보면 급할 때 이용할 수 없게 돼 있다. 서울시는 “이용을 원하면 3일 전에 해당 어린이집에 예약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주부 최민주(32)씨는 “며칠 전에 예약할 정도로 여유가 있으면 다른 방도를 알아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뭘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정원이 차지 않은 어린이집만 이용이 가능한 점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 주부는 “요즘 서울 어린이집 중 정원이 차지 않은 곳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정원 미달인 곳에만 맡기라니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문의한 62곳 중 37곳은 “시간제 보육은 하지만 자리가 없다”고 대답했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적어도 1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인터넷에는 부실한 시간제 보육 운영과 관련한 항의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서울시 시스템이나 어린이집들의 행태가 어이없다”거나 “소개된 것과 실제 운영이 전혀 다르다”는 내용들이다.
유성운·강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