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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만곳 유치원·어린이집, 작년 '누리과정' 도입했지만…

아이교육연구소 2013. 3. 2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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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지역 소도시의 A어린이집. 이곳은 24개월이 안 된 아이들을 돌보는 영아반과 만 3세 3명, 4세 2명, 5세 2명을 한데 모은 반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3~5세 유아가 섞인 반을 맡고 있는 B교사는 "나이가 다른 아이들도 있는 상황에서 5세 아이들을 위해서만 하루 3~5시간씩 누리과정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며 "5세 아이들에게 누리과정을 못 가르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초 '만 3~5세 유아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중 어디를 다니든 똑같이 질 높은 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며 '누리과정'을 도입한 지 1년이 됐다. 많은 유치원·어린이집이 누리과정에 따라 유아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현장에서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작년 만 5세를 대상으로 누리과정을 처음 도입하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비용 월 20만원씩을 지원했다. 작년에만 국가 예산 1조1085억원이 투입됐다. 올해는 누리과정 대상이 3~4세로 확대되고 1인당 지원액이 22만원으로 늘면서 국가 예산도 3조609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나이가 다른 학생들이 섞여 있는 '연령 혼합반'에서는 누리과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지난해 7월 조사 결과 만 5세가 있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3911곳 중 37%가 연령 혼합반을 운영하고 있었다. 연령 혼합반 중 누리과정을 부분적으로만 진행하거나 아예 진행하지 않는 곳이 절반 가까운 46.3%에 달했다.

또 어린이집은 유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사들의 이직이 잦아 누리과정을 가르칠 자격이 되는 교사를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만 5세 누리과정 담당반 교사들에게 의무적으로 집합 연수 15시간, (인터넷 등을 통한) 원격 연수 30시간을 듣도록 했다. 지난해 교사 연수는 1~2월에 집중적으로 실시됐고, 이후 시·도별로 적게는 2개월, 많게는 5개월에 한 번씩 이뤄졌다. 이처럼 연수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탓에 연수를 받은 교사가 갑자기 그만두면 연수를 받지 않은 새 교사가 누리과정반을 가르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만 5세에 도입됐던 취학 전 공통교육과정인‘누리과정’이 올해부터 전국의 모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3~4세 어린이들에게 확대된다. 하지만 일부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의 경우 누리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어린이집 모습. /이준헌 객원기자

어린이집 중에는 누리과정 담당 교사를 뽑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누리과정 대상이 아닌 만 0~2세 영아만 받겠다는 곳도 늘고 있다.

누리과정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만 5세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박모(38)씨는 "누리과정이 도입됐다고 하지만 아이가 배우는 것이 특별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학부모들은 지원금이 나오니까 누리과정을 반기지만, 교사 중에는 이전에 가르치던 '표준 보육 과정'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던 대로 그냥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며 "자기가 '누리과정'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 확신이 없는 교사들도 많다"고 했다.

육아정책연구소 문무경 선임위원은 "누리과정을 시행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데 유치원은 교과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관할하고 있어 지도·감독뿐 아니라 종합적인 실태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누리과정

취학 전 아동이 다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교육 프로그램. 정부가 만 3~5세 유아가 어떤 교육기관을 다니든지 똑같이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도록 하자는 목적으로 개발했다. 2012년 만 5세 아동에게 처음 도입됐고 올해부터는 만 3~4세까지 확대됐다. 아동 1인당 유치원 주간과정·어린이집 비용 22만원을 국가에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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