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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유치원 '열풍', 그 실상은?

아이교육연구소 2013. 10. 1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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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닷컴=정단비 기자] '영어유치원 안 다니는 우리 아이, 남들보다 뒤쳐지는 건 아닐까?'

최근 미취학 아동들의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녀들을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다.

하지만 일명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유아 영어학원은 일반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학원일 뿐 보육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유치원과는 차이가 있어 이와 관련한 문제점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육아정책연구소가 수도권 거주 초등 1,2학년생 1200명을 대상으로 유아기 영어교육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영어교육 시작 평균 연령은 만 3.7세였으며 만 3~5세 사이에 첫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비율이 전체의 92.7%에 달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유아들이 영어는 물론 수학, 과학, 체육 등의 타 과목도 영어로 교육 받으며 아침 9시부터 오후 6씨까지 빽빽한 수업일정을 소화해야하는 혹독한 환경이 오히려 영유아 발달을 해친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또 지난 7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토론회에서는 "원마다 구체적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영어유치원에서 실제 진행되는 시간표에 따르면 파닉스, 작문, 대화 등 영어 관련 교과목이 대부분이며, 수학, 과학, 체육 등 영어로 진행되는 기타 과목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우리나라와 같은 EFL환경(일상생활에서 영어 사용 기회가 없는 한국, 일본 등)에서는 영어학원에서 영어를 접하는 하루 6시간으로는 자연스럽고 지속적인 영어 노출이 매우 어렵다. 이로 인해 가시적 학습 효과를 내기 위해 학원의 커리큘럼이 영어어휘, 읽기쓰기 등의 강도 높은 학습에 치우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시설과 교육과정, 교사 자격 등이 모두 정해져 있지만 학원법을 적용받는 영어유치원은 이 기준을 적용할 수 없는 점도 문제이다.

이와 같이 강도 높은 영어 교육을 따르던 한 아동은 심리치료는 물론 정신상담을 받기까지 했다.

A군의 어머니인 B씨는 "만 4세인 자신의 아이가 영어 유치원에서 반을 옮긴 뒤 팬티에 소변을 지리는 증상을 보여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참지말라고 얘기했지만, 그 말에 아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며 "알고 보니 아이의 유치원 선생님이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때 제때 보내주지 않는 교육방침 때문에 벌어진 일이였다"고 주장했다.

A군은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과제를 다 하기 전에는 화장실을 보내주지 않았다"고 전했으며 A군은 현재 소변 조절능력이 감소돼 하루에도 몇 번이나 속옷을 갈아입으며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반면 해당 유치원 원장은 "(A씨의 아이가) 평소 화장실을 너무 자주가는 등 원에 적응을 못하는 모습을 보여 선생님이 '조금 더 참아보고 가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지 화장실을 못 가게하는 교육방침은 없다"고 말하며 "아동의 아버지가 7개월치 수강료를 환불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환불은 불가하고 치료에 관한 부분은 보험이 들어 있으니 도와주겠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문제에 대해 학부모와 원 측의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만 4세의 아동에게 강도 높은 학습을 강요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볼 때이다.

아울러 영어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반나절 이상을 보내는 만큼 유치원에 준하는 법적·제도적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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