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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보람, 이미영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the300 런치리포트-유치원·보육원 통합 진통(종합)]정부 발표 4개월째 표류]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이자 젊은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인 유치원·보육기관(유보)통합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설립된 국무총리실 산하 유보통합위원회가 2016년까지 3단계 통합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후 논의가 답보상태다.
유보통합의 이해당사자인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련자들은 각자 손익계산서를 두드리기 바쁘고, 관련 정부 부처는 통합 보단 밥그릇 싸움에 열중인 탓이다. 법안을 통해 유보통합의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 국회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공방만 벌이고 있다. 이래선 2년 내 통합은 물건너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유보통합...대체 뭐예요?
정부는 양 교육기관의 정보를 공시하고 회계기준 항목을 공통적용하고 인증제도를 연계하는 등 기초적인 통합체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통합을 통해 기존에 문제가 됐던 보육원의 질과 안전 문제, 유치원 부족 현상 등을 해결해 부모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영유아 교육기관을 점차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양 기관이 가지는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느냐다.
보육을 중점으로 하는 어린이집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사의 질과 처우 문제다. 전문대 이상 유아교육 전문교육을 받은 교사들이 가르치는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고졸이상의 학력으로도 교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 교사는 유치원 교사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급여를 받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 근무시간도 최소 12시간으로 유치원 교사와는 많게는 4배가 차이난다. 처우가 낮다보니 양질의 교육서비스가 나오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된다.
사설 유치원은 비용에 비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어린이집은 광역단체장이 비용상한제를 걸어 비용을 제한할 수 있지만 사설유치원의 경우 원장이 수업료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정부가 아이 한명당 보조금을 기관에 지급해주는 것은 같지만 유치원은 자신들이 비용을 추가로 책정해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돈을 들여 유치원에 보내지만 안전문제, 교육 프로그램 부실 등의 문제가 제기돼 왔다.
◇ 당사자들, 요구 관철에 주력
결국 유보통합은 보육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귀결되는 만큼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재원이 한정되다 보니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어린이집은 교사 처우 개선을 위한 국가 지원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교사의 질을 향상해야 유보통합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치원은 경영에 대한 자율성을 요구한다. 손 발을 묶은 채로 유보통합을 할 경우 정부 규제만 늘어난다는 우려다. 특히 사설 유치원의 경우 잉여금이 발생해도 그것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현 회계 기준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처간 밥그릇 문제도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다. 어린이집은 현재 사회복지기관으로 돼 있어 복지부 관할이고, 유치원은 교육기관으로 교육부 관할이다. 유보통합으로 영유아 시설이 모두 교육기관으로 넘어갈 경우 교육부로 모든 권한과 예산이 넘어갈 공산이 크다.
국회 전반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이해관계자마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상태"라며 "유보 통합에 대한 방향을 정부가 명쾌하게 제시하지 않는 한 유보통합이 논의에서 멈출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비싼 사립유치원 '울며 보내기' 막을수 있나
국회에서 발의된 유보 통합 관련 법안들은 부실화된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공립보육기관 비율이 전체 5.3%에 불과하고 민간 부문은 교사의 자질 등에서 만족스러운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유아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사립유치원에서 무분별하게 학비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추진했다. 교육 운영에 필요한 학부모 납부 비용을 표준유아교육비 범위에서 정하도록 하고 방과후 과정의 운영에 필요한 비용에 대한 인상률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이다.
이는 국공립유치원 추첨에 떨어진 학부모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사립유치원으로 가 비싼 수업비를 내야하는 현실에 안전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 업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돈을 투자한 '사업'에 제대로 이윤을 남기지 말라는 것이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가 지원을 현실화해 교사 처우 개선을 이끌어 내는 법안을 내놨다. 이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안에서는 정부의 보육료 지원 단가를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표준보육비용에 상응하도록 연동시켜 민간어린이집의 경영을 개선하고 교사 처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 자리에서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에 맞는 재무회계규칙 마련'을, 민간어린이집은 '불합리한 과잉규제 합리적 수준 완화' 등 운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다.
모든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만큼 정부는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재원이 문제다. 실제로 예산을 짜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보통합은 대통령 공약사항이 아니며 추가로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의 유보통합안을 따른다면 유치원과 보육기관의 회계기준을 통합하고 인증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우선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인증 자격을 얻은 기관에 인센티브(교사 처우비 등)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갈 공산이 크다.
여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기관들이 그동안 정부 지원에도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얻을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엄격한 관리야 말로 유보통합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법안은 특히 민간 업자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규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달 열린 유보통합 토론회 참석해 "정부가 재정 여건이 안돼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솔직하게 털어놓고 유보통합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더 이상 민간 업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관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남북통일보다 어렵다는 유·보통합…'엄마'는 실종
'엄마'를 빼고 보육·교육을 논하는 게 가능할까. 현재 유보통합 논의에는 '엄마'가 없다. 유치원과 보육기관 원장들과 교사 이야기만 가득하다. "남북 통일보다 어렵다"는 유보통합을 풀어나갈 열쇠는 '엄마'가 쥐고있다. 엄마의 눈높이에서 보육 현실을 보고 그에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핵심이다.
◇ "국공립유치원에 보낼 수 있기나 하면 좋겠어요"
온 가족을 동원해 유치원 추첨에 줄을 서 본 엄마들은 기억한다. 몬테소리든 숲 유치원이든 환경을 따져보고 '선택'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엄마들은 '국공립 유치원'만 보낼 수 있었으면 소원이 없다고 말한다. 거의 무상인데다 교육의 질도 높다고 믿기 때문이다.
누리과정 도입으로 만 3~5세는 보육기관이든 유치원이든 가르치는 내용은 비슷하다. 하지만 엄마들은 '국공립유치원'을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우윳값 2만원 정도만 추가로 내면 나머지는 국가에서 댄다.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선생님인 어린이집과 달리 유치원은 유아교육 전공자들이 '교사 공무원'으로 있다. 처우가 천지차이다. 교사의 처우는 곧 교육의 질이라는 명제는 대체로 통한다.
엄마들은 그저 '인성 좋은 교사'가 있는 '믿을 수 있고 안전한' 기관에 아이를 맡기고 싶다고 말한다. 특별활동비 등 명목으로 정부 지원금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드는 것도 사양한다. '질 높은 무상보육'을 실현하라는 것이다.
◇교사 처우↓ 가격↑ 민간보육시설 경쟁력 강화 관건
엄마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방안은 국공립 유치원의 확충이다. 일터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도 좋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국공립 어린이집은 2332개소로 전체 4만3770개 어린이집의 5.33%에 불과했다. 보육 아동수는 15만4465명으로 10.39%만 수용했다. 직장어린이집은 619개소로 전체 1.41% 뿐이었다.
그간 보육의 공공성을 논하면서도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1990년대에는 보육 시설 확충을 위해 민간보육시설 설립자에게 시설융자금지원을 확대했고 2000년대에는 시설보조금 지원정책으로 민간보육시설 유지를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영세하고 서비스 수준이 낮아 경쟁력이 없는 시설들도 보육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결과가 초래됐다.
문제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짓는데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민간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국공립 시설을 지을 돈으로 약속한대로 보육교사들의 처우 개선비를 상향하라고 요구한다. 민간 어린이집의 교육의 질을 확보하는 데 돈을 쓰라는 말이다.
전체 보육교사의 평균 급여는 131만원. 가정어립이집의 경우 115만원 수준이다. 그나마 근무경력을 호봉으로 인정하는 제도조차 없어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이나 교사 처우비 상향 모두 재원이 소요된다. 형평성 문제도 뒤따른다. 4년제 교육을 마치고 유치원 교사 자격을 얻은 사람과 단기간 준비로 보육교사 자격증을 딴 경우 같은 대우를 하는 것이 맞느냐는 데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결국 현실적인 방안은 민간 어린이집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동시에 이를 충족하는 기관에 교사 처우비 등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보육기관에 보육수당 명목으로 원아당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유보통합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그동안 민간 업자들이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으면서도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부모들이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려면 유치원과 보육기관을 통합해 민간 기관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4살 딸 하나를 둔 임신 7개월차 워킹맘 A씨. 신체적으로도 버겁지만 회사에서 이제 막 과장이 돼 심리적 부담도 크다. 한달 전 아이를 돌봐주던 양육자가 아무말 없이 사라졌다. 겨우 구한 임시보육자마저도 2~3개월 정도만 가능하다고 해 또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유치원에 안가겠다는 아이를 달래서 보내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다. 갑자기 오른팔이 마비되듯 저리고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 직장 상담소를 울며 찾아갔다. 누가 A씨를 숨막히게 하는 걸까.
◇'2원화된 보육정책' 여성 노동환경에 '재앙'
일하는 엄마(워킹맘)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를 어디에 얼마나 오래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느냐다. 엄마의 일이 늘어날수록 아이를 맡기는 시간은 길어지고 연령은 낮아진다.
전문가들은 부모는 일하고 아이는 남이 키우는 '2원화된 보육정책'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1원화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보육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의 보육정책은 '오랫동안 아이를 맡아주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만 0~2세를 맡아주는 가정어린이집이 확대되고 있는 게 그 예다. 현재 전국 2만6000개소 가정어린이집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0~2세 영아의 약 98%를 보육하고 있다. '종일제' 어린이집 지원 확대 논의 등도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엄마들의 욕구도 다르지 않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취업부모의 경우 서비스 이용 시간은 1일 평균 8시간 56분이지만 희망 이용시간은 10시간 19분으로 나타났다. 실제 가능한 시간보다 1시간 23분 더 아이를 맡기고자 하는 셈이다.
정부 정책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2년 보육예산은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 당시보다 6배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엄마들의 처지는 제자리다.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같은 기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산율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정부에서 돈을 쏟아 붓는데도 엄마는 여전히 일과 육아 두가지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리고 많은 수 여성들은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있다.
◇'보육'정책의 발달은 '노동'시장 변화가 전제
국가정책 방향은 '보육지원'보다는 '노동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엄마가 일찍 퇴근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최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센터장은 "아무리 보육서비스가 발달해 있다고 하더라도 아동을 보육시설에서 장시간 보육하는 것은 아동성장에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서 "보육정책의 발달은 역설적이게도 노동시장의 변화가 전제돼야만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조정 및 단축 제도도 무용지물이다.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일가정양립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 조사대상 사업체의 93.2%에서 육아근로시간단축제도는를 신청한 근로자가 없었다. 2012년에도 95.3%가 이 제도를 이용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근로여견을 만들기 위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정을 뜻하는 '홈'과 회사를 뜻하는 '컴퍼니'를 조합시킨 '홈퍼니'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는 긍정적인 현실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은 많다. 2008년부터 여성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족친화기업인증제'는 14개 기업으로 출발해 지난해 총 552개에 달할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기업은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사업과 관련한 각종 정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은 "이젠 기업문화가 보육 지원을 비롯한 기본 복지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직원 가족과 '함께 하는' 회사로 진화해 가고 있다"며 "이런 기업일수록 다른 곳에 비해 생산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유아보육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아이돌봄지원법 등 보육 지원 관련법들은 각 소관 부처는 다르지만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운영돼 현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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