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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5-30 03:00수정 2019-05-30 05:46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A 유치원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런 A 유치원이 지난해 12월 돌연 정원을 줄이고 일종의 학원인 ‘놀이학교’를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공금으로 명품 가방을 사는 등 각종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같은 해 11월 터지자 교육부는 유치원 운영에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도입하려 했다. 회계를 투명하게 하려는 조치였다. 그러자 설립자의 회계 부정이 드러났던 A 유치원은 학원으로 바꿔 정부의 회계 감독을 피하려 했던 것이다. 놀이학교로 바꾸면 원비를 더 비싸게 받을 수도 있다. 당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유치원이 놀이학교로 탈바꿈하는 건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5개월이 지난 현재, A 유치원은 합법적으로 그들의 계획인 놀이학교 전환을 실현했다. 우선 지난해 190명이던 인가 정원을 130명으로 축소 신청했다. 원아는 170명에서 76명으로 줄었다. 그 대신 A 유치원 설립자는 계획대로 ‘B 놀이학교’ 설립을 신고했다. 이렇게 5∼7세 대상이던 A 유치원은 ‘유치원(6, 7세)+학원(4, 5세)’의 기이한 형태가 됐다.
B 놀이학교 한 달 교육비는 82만 원이다. A 유치원 수업료가 26만1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3배나 비싸다. 그럼에도 이 지역 엄마들은 A 유치원과 B 놀이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다. 유치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A 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정규 수업시간에 영어를 가르친 게 교육청에 걸려 정원이 감축돼 어쩔 수 없이 놀이학교를 세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은 “그런 사유로 정원을 감축할 권한이 없다. A 유치원이 신청해서 정원이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기자는 A 유치원과 B 놀이학교에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했다. 하지만 “왜 궁금하냐”는 대답뿐이었다. 현재도 일부 사립유치원은 “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 학원으로 전환돼도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은 그간 여러 공적재원을 지원받아 온 엄연한 교육기관이다. 학부모를 속여 가며 학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비판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 유치원의 놀이학교 전환에 다른 유치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정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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