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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법은 정부가 만들고, 싸움은 우리더러 하란 말입니까.”
평택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크게 늘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지만 이내 울상을 지어야만 했다.
최근 정부가 최대 월 10만원까지 의무적으로 지급하던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를 요양보호시설이 선택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해당 요양시설은 당장 다음달 월급부터 처우개선비를 없애겠다고 통보했고, A씨와 동료들은 노조를 조직해 대응하겠다고 맞서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경기도내 요양보호시설들과 요양보호사들이 처우개선비를 두고 때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면서 요양보호사들에게 의무적으로 지급하던 처우개선비를 “올해부터 요양보호시설과 요양보호사가 협의해 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법령을 개정, 결정권을 이들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
1일 보건복지부와 민주노총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경기지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요양보호사들에게 의무적으로 처우개선비를 지급했으나 올해부터 요양보호시설과 요양보호사가 협의, 처우개선비 지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실시했다.
하지만 도내 요양보호시설들이 애매하게 개정된 법률의 허점을 노리고 요양보호사들과의 협의 없이 처우개선비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성남의 B 요양보호시설은 1월 지난달 초 소속 요양보호사들과 맺은 근로계약서를 모두 회수한 후, 처우개선비 지급항목을 삭제한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 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60여 명은 “직원들과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강제로 처우개선비를 없앤 근로계약서에 서명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결국 이 시설은 “처우개선비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항목을 넣고 나서야 직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이미영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은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개선에 앞장서야 할 보건복지부가 처우개선비 지급 결정권을 노사에 떠넘기면서 시설과 요양보호사 간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며 “특히 요양보호사가 고용권을 가지고 있는 요양보호시설을 상대로 처우개선비를 받아내기 힘든데도 보건복지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처우개선비 지급 결정권을 요양보호시설과 요양보호사에게 떠넘긴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겼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며 “일방적인 처우개선비 폐지 등의 부작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성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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