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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인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에 수도권 교육감들이 2025년으로 예정된 시행 시기를 최소 2년 미루자고 주장했다. 정부의 정책이 지지부진하게 추진되면서 현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서울·인천·경기 교육감은 “유보통합모델 전면 도입 시기를 교육부 시행안인 2025년 3월에서 최소 2년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보육업무 이관 세부 기준 마련, 교육청 차원의 사무 수행계획 구축, 교육지원청 차원의 업무실행기반 조성 완료 후 법령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어린이가 엄마 품에 안겨 등원하고 있다. 뉴스1

유보통합은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과 교육부 소관인 유치원으로 나뉜 영유아 보육·교육을 통합하는 것으로, 윤석열정부가 추진 중인 대표적인 영유아 정책이다. 현재 한국 나이 1∼4세는 모두 어린이집에 가지만, 5∼7세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선택을 해야 한다. 두 기관의 교육과정은 동일하지만, 교사 자격이나 시설, 지원금, 보육 시간 등에 차이가 있다.

 

정부는 유보통합으로 기관에 따른 지원 차이 등을 없애 아이가 어느 기관에 가든 양질의 교육·보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올해 복지부의 어린이집 업무·조직을 교육부로 완전히 이관하고, 내년부터 두 기관을 통합한 ‘제 3의 기관’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두 기관은 교사 자격이나 시설은 물론 원아 선발 체계, 학비 지원 체계 등 다른 점이 많아 통합에 고려할 점이 많고 현장에서 의견 차이도 크다. 수도권 교육감들은 통합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의지가 부족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와 학부모시민단체연대, 유보통합범국민연대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교육감들이 제안한 유보통합 2년 연기방안에 유보통합의 조속한 시행을 기다려 온 현장과 학부모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육부는 지난해 1월 유보통합 방안을, 7월에 실행계획도 발표했다. 방안이 나온 2023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2년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법령개정 등 유보통합 체제구축은 충분히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보통합을 2년 미루자는 것은 현 교육감 임기를 넘긴 2027년에 교육청으로 보육업무를 넘기라는 것”이라며 “현 교육감 임기 동안은 유보통합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영유아 학부모와 현장의 급박한 상황을 외면하는 참으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날 “수도권 교육감들의 의견에 공감한다”며 “졸속 유보통합을 중단하고 유아교육 공공성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현재 유치원 교사들은 보육교사와 교사 자격이 통합되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전교조 등 유치원교사들이 소속된 교원단체들이 유보통합에 반발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영유아교육단체들이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유보통합을 2년 미루자는 수도권 교육감들의 주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보통합범국민연대

이런 현장의 잡음은 결국 정부가 자초한 것이란 목소리도 높다. 최근 유보통합 정책에 가시적인 속도가 나지 않고 있어서다. 교육부와 복지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유보통합추진단 당초 지난해 말까지 유보통합의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시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시안은 3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통합에 고려할 사안들에 대한 이견들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보통합추진단 관계자는 “현재 막바지 단계지만 시안이 나오는 시점을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부모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하겠다고만 했을 뿐, 2025년에 입소할 원아들이 어떻게 입소신청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선 아직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유치원은 매년 말쯤 학부모가 원하는 기관을 3지망까지 선택한 뒤 추첨해서 입소하는 구조고, 어린이집은 대기를 걸어두면 점수에 따라 차례대로 입소하는 구조다. 어린이집의 입소 점수는 맞벌이, 다자녀 등 가정 상황에 따라 가점이 부여되고, 같은 점수라면 빨리 대기를 건 사람에게 우선권이 돌아간다. 유치원은 맞벌이 가정이라고 가점을 받는 구조는 아니다. 입소 원아 선택 방식도, 시기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 출범하는 ‘제 3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원아를 뽑는지는 학부모들의 큰 관심일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에 입소할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올해 하반기에 기관을 선택해야 하지만 정부는 원아 선발 방식에 대해서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현재 4살 자녀를 키우는 A씨는 “내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 구분이 없어진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아직도 어떻게 통합이 된다는 건지,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지 하나도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며 “정책 당사자인 학부모들에게 하루빨리 구체적인 정보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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